[문화산책] 부평 음악도시 재건 에너지 되살릴 수 있나 (인친일보-2026년 7월 7일자)
▲ 인천지하철 1호선 동수역 3번출구 앞 건물은 악사들이 출근전 차를 기다리며 시간표도 확인하고 머물렀다. 그 건물은 현재 철거중이다. 동수역 표지판.

부평은 다시 음악도시로 나아갈 에너지를 되살릴 수 있을까. 미8군 클럽 픽업 장소 표지판이 사라진 자리에서 묻는다. 2019년 11월1일 인천 부평 동수역 3번 출구 쪽에 한국 밴드음악의 시발점이었던 미8군 미군클럽 픽업 장소임을 알리는 조그만 표지판을 세웠다. 2019년 인천은 음악도시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부평은 한국 대중음악이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넘쳐났다.
2018년에는 제주 올레길처럼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 1, 2, 3코스를 조성해서 매주 토요일 몇몇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답사에 참여하면서, 인천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을 이끈 도시라는 사실에 놀라고 감탄했던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인천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빛나는 금자탑을 세웠다는 사실도 부평에서 한평생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유천 기타리스트의 집념으로 만든 보고서가 2012년에서야 처음 공식화되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진흙 속에 파묻혀 있던 진주를 발견한 것이다.
결국 정유천 기타리스트가 만든 보고서가 기초가 되어 부평구는 2017년에 음악융합도시사업에 선정됐고, 잇달아 학계에서 연구로 이어지게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8년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이 조성되기에 이르렀다. 2019년에는 부평 신촌 드럼보트 자리에 표지판을 부착하고, 부평 동수역 3번 출구에 표지판을 세우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같은 해 애스컴블루스페스티벌을 부평공원에서 첫발을 내딛게 됐다.
부평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인천 전역으로 전파되면서 2020년에는 인천시도 음악도시 인천이라는 비전을 내세우면서 음악창작소 유치를 끌어냈다. 지금 부평 캠프마켓 야구장에 세워진 음악창작소도 정유천 기타리스트가 낸 보고서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인천 부평은 음악도시로서 에너지가 넘쳤다. 부평구는 음악융합도시사업을 마무리하고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지난 5년간 부평을 대중음악 관련 요소가 넘치는 도시로 만들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말 5년간의 법정문화도시사업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빛나는 금자탑을 세운 부평의 이름에 걸맞은 내용을 채운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5년간 사업을 돌이켜 보면 손에 잡히는 사업이 없다는 것이 지역 문화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에너지가 넘쳤는데, 뭔가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쏟은 느낌이라고 할까. 사실상 허탈하다.
이 허탈함은 2024년 4월 부평 동수역 3번 출구에 세운 미8군 미군클럽 픽업 장소 표지판이 인근 재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로 송두리째 뽑혀 공사장 한켠에 아무렇지 않게 방치된 것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면서 생겼다.
부평구가 법정문화도시사업이 한창일 때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장소에 민간이 세운 표지판에는 관심도 없는 것인가 하는 분노감이 앞을 가렸다.
2024년 4월에 뽑혀 나간 표지판은 2025년에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됐지만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했고, 표지판마저 사라졌다. 11월에 인천 시민 한 분이 표지판이 사라졌다며 민원을 제기해 재개발조합과 공사 관계자가 잘못을 시인하고 재설치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기운이 빠지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의욕이 상실돼 있다.
부평구가 법정 문화도시사업이 한창일 때 한국 대중음악사에 빛나는 금자탑을 세운 가치를 널리 알려낸 부평 삼릉 동수역 3번 출구에 세워진 미8군 미군클럽 픽업 장소 표지판이 송두리째 뽑혀 나간 것을 두고, 후세 사람들은 인천 부평이 문화의 종말을 고했다고 말하지 않을까 두렵다.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
